디스켓, 1.44MB에 담긴 세상의 시작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정보는 ‘디스켓’이라는 손바닥만 한 사각형 플라스틱 안에 담겼습니다. 디스켓은 정식 명칭으로는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라고 불렸고, 당시 학교나 관공서, 심지어 개인 가정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대표 저장매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5인치 디스켓은 1.44MB의 저장 용량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한 장의 사진도 저장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워드 문서 하나, 텍스트 파일 하나만 저장하더라도 큰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지곤 했죠.
디스켓은 내부에 자성 물질로 코팅된 얇은 원형 디스크가 들어 있었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기록하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는 디스켓 드라이브에 이 매체를 삽입하면 컴퓨터가 ‘딩-’ 하는 소리를 내며 인식했고, ‘A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접속할 수 있었죠. 특히, 컴퓨터 수업 시간에는 디스켓에 직접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나 리포트를 저장해서 제출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종종 디스켓을 잘못 다뤄 파일이 손상되면, 자료가 통째로 날아가는 경험도 했는데, 이로 인해 당시 사람들은 ‘저장’의 중요성을 뼛속까지 체득하게 되었죠.
디스켓의 디자인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검은색이 기본이었지만 회색, 파란색, 초록색 등 컬러 디스켓도 있었고, 이름을 쓸 수 있는 라벨 스티커를 붙여서 구분하기도 했죠. 디스켓에 붙인 라벨에 "사회 수행평가", "컴퓨터 학원 숙제", "일기장.txt" 같은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보면, 그 속에 담긴 작은 우주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듭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디스켓은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2000년대 중반 USB 메모리가 등장하면서 용량, 속도, 휴대성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줬기 때문이죠. 그래도 디스켓은 많은 이들에게 ‘디지털 세계와의 첫 만남’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장 아이콘으로만 남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의 첫 컴퓨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유물이기도 하죠.
CD와 ZIP 드라이브, 저장의 진화를 이끈 주역들
디스켓이 서서히 퇴장하던 시기, 그 빈자리를 채운 저장매체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CD(CD-R, CD-RW)와 ZIP 드라이브가 있었죠. 이들은 디스켓보다 훨씬 많은 용량(최대 수백 MB)을 제공했고, 안정성과 속도에서도 눈에 띄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CD(CD-ROM)는 음악 감상용으로 익숙했지만, 컴퓨터에서는 파일 저장과 소프트웨어 설치 용도로도 널리 쓰였습니다. 일반 CD는 약 700MB까지 저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디스켓 수백 장 분량의 자료를 하나에 담을 수 있었죠. 당시에는 ‘CD 굽기’라는 표현이 일반화될 정도로, 누구나 집에서 데이터를 기록하는 문화가 활발했습니다. 특히 CD-R(한 번만 저장 가능)과 CD-RW(여러 번 덮어쓰기 가능) 형태로 나뉘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죠.
ZIP 드라이브는 조금 더 마이너한 기술이지만, 당시 정보기술 관련 직종에 종사하거나 학교의 컴퓨터실에서 ZIP 드라이브를 본 사람들은 기억할 거예요. ZIP 디스크는 100MB에서 최대 750MB까지 저장할 수 있었고, 전용 ZIP 드라이브에 넣어 사용했습니다. 크기는 디스켓보다 조금 크고 두껍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용량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죠.
ZIP 드라이브는 특히 대용량 문서를 자주 다뤄야 하는 전문가들이 애용했습니다. 과제나 프로젝트 파일을 저장하거나, 이미지, 도면, 심지어 멀티미디어 파일까지 옮기기에 용이했죠. 다만 ZIP 디스크는 전용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보급률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결국 USB와 외장하드가 대중화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처럼 CD와 ZIP 드라이브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더 안정적으로’ 저장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 기술들이었고, 디지털 전환의 과도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구형 PC에서나 볼 수 있지만, 이 저장매체들이 없었다면 많은 기술과 문화의 전파가 훨씬 더 느려졌을지도 모릅니다.
외장하드의 초창기 모습과 USB의 혁신
2000년대 중반 이후, 외장하드와 USB 메모리는 디지털 저장매체의 혁신을 이끌며 개인 데이터 관리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외장하드는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파일 시대의 중심에 서게 되었죠.
초창기 외장하드는 지금처럼 작고 가볍지 않았습니다. 어지간한 벽돌만 한 크기에, 별도의 전원 케이블까지 필요했습니다. USB 연결도 흔치 않아 주로 IEEE 1394(FireWire)나 eSATA 같은 포트를 사용했죠. 초기 모델들은 20GB, 40GB만 되어도 ‘엄청난 저장공간’으로 여겨졌고, 가격도 꽤 비쌌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장하드는 데이터 보관의 신뢰성 덕분에 전문가나 사진·영상 작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USB 메모리(USB 플래시 드라이브)의 등장은 실로 혁명적이었습니다. 크기가 작고, 플러그 앤 플레이로 쉽게 사용 가능하며, 디스켓과 CD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저장매체였죠. 용량은 128MB, 256MB로 시작해 1GB, 4GB, 8GB 등 점점 커졌고, 가격은 점점 더 저렴해졌습니다. 학교 과제를 USB에 담아 들고 다니던 학생들, 영화 파일을 친구와 교환하던 기억, 그리고 자료를 USB에 백업해두는 습관은 디지털 세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한편, 디자인과 브랜드 측면에서도 USB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열쇠고리 형태, 캐릭터 모양, 펜 형태 등 창의적인 USB 디자인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저장 장치를 넘어 패션 아이템이나 개성 표현 수단으로도 활용되었죠.
현재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편화로 USB나 외장하드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들 저장매체는 여전히 중요한 백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오프라인에서 파일을 옮겨야 할 때, 여전히 외장하드는 최고의 선택지이기도 하죠.
이처럼 외장하드와 USB는 디지털 정보의 ‘소유’와 ‘이동’을 모두 가능하게 한 저장 기술의 집약체였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독립성을 안겨주었습니다.